마주보다 Ⅳ
주변에선 직장 생활이 별것 없다고, 오히려 학생 때가 좋다고들 말했지만 졸업 후 학생이라는 신분도 아닌 지현에겐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들더라도 사회적인 독립을 한 그들이 부러울 뿐.
“아,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너를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구나.”
미안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꺼내는 빛나의 말에 지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나도 느끼고 있었어. 조금만 더 기다려보다가 나도 이력서를 여기저기 다 뿌려봐야 할 것 같아. 한두 군데만 넣어선 안 될 것 같네.”
“그래도 살면서 예의상 백조기는 있어줘야 해. 이런 공백기가 있어야 직장이 눈물겹게 고맙지. 우리처럼 절박한 때 없이 취직한 배부른 것들은 안 돼. 징징거리기만 하고. 술이나 마시자!”
“수환아, 나 취직할 수 있을까?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다가 무기력하게 죽는 거 아닐까? 갑자기 그게 너무 무섭다. 아니, 어디든 취직할 순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원하는 곳이 있긴 할까? 난 내가 뭘 하고 싶은 걸까? 잘하는 건 알겠는데, 내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토익도 자격증도 대외적 활동까지도, 뭘 위해서 한 건가 싶기도 하다. 생각을 하다 보니 점점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네가 부러워. 하고 싶은 것도 정확하고, 해야 할 일도 확실한 네가 너무나도.”
속에 있는 말을 다 꺼낸 걸로 부족해 속을 뒤집어 탈탈 털었다. 어디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못한 이야기였다. 취직한 친구 앞에서 하기엔 공감되지 않을 것 같아 숨겼고, 취직 못한 친구 앞에서 꺼내기엔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였기에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린 것은.
-내가 읽은 책에서 그러더라.
“…….”
-‘원하는 일’은 때때로 하기 싫은 일, 방황, 귀찮은 일을 만나다 보면 발견된다고. 지금 그 방황이 널 ‘원하는 일’로 인도할 거야."
정말이지 특별히 위로를 바란 것도, 어떤 이야기를 해주길 바란 것도 아니었는데, 수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음 어디선가 울컥하고 무언가가 치솟아 올랐다. 방황이 원하는 일로 인도한다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현은 어쩌면 자신이 위로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길을 내가 응원할게.
까만 밤을 울리는 담담한 목소리가 마음위로 별처럼 떨어져 내렸다. 정말로 정수환은 어떤 길이든 자신의 손을 잡고 지지해줄 것만 같아서, 저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서 가까스로 잠재워놓았던 울컥거림이 터져 나왔다. 아직은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추운 3월 끝의 밤, 지현은 밤하늘에 기대 소리 내어 울었다.
주변에선 직장 생활이 별것 없다고, 오히려 학생 때가 좋다고들 말했지만 졸업 후 학생이라는 신분도 아닌 지현에겐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들더라도 사회적인 독립을 한 그들이 부러울 뿐.
“아,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너를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구나.”
미안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꺼내는 빛나의 말에 지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나도 느끼고 있었어. 조금만 더 기다려보다가 나도 이력서를 여기저기 다 뿌려봐야 할 것 같아. 한두 군데만 넣어선 안 될 것 같네.”
“그래도 살면서 예의상 백조기는 있어줘야 해. 이런 공백기가 있어야 직장이 눈물겹게 고맙지. 우리처럼 절박한 때 없이 취직한 배부른 것들은 안 돼. 징징거리기만 하고. 술이나 마시자!”
“수환아, 나 취직할 수 있을까?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다가 무기력하게 죽는 거 아닐까? 갑자기 그게 너무 무섭다. 아니, 어디든 취직할 순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원하는 곳이 있긴 할까? 난 내가 뭘 하고 싶은 걸까? 잘하는 건 알겠는데, 내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토익도 자격증도 대외적 활동까지도, 뭘 위해서 한 건가 싶기도 하다. 생각을 하다 보니 점점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네가 부러워. 하고 싶은 것도 정확하고, 해야 할 일도 확실한 네가 너무나도.”
속에 있는 말을 다 꺼낸 걸로 부족해 속을 뒤집어 탈탈 털었다. 어디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못한 이야기였다. 취직한 친구 앞에서 하기엔 공감되지 않을 것 같아 숨겼고, 취직 못한 친구 앞에서 꺼내기엔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였기에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린 것은.
-내가 읽은 책에서 그러더라.
“…….”
-‘원하는 일’은 때때로 하기 싫은 일, 방황, 귀찮은 일을 만나다 보면 발견된다고. 지금 그 방황이 널 ‘원하는 일’로 인도할 거야."
정말이지 특별히 위로를 바란 것도, 어떤 이야기를 해주길 바란 것도 아니었는데, 수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음 어디선가 울컥하고 무언가가 치솟아 올랐다. 방황이 원하는 일로 인도한다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현은 어쩌면 자신이 위로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길을 내가 응원할게.
까만 밤을 울리는 담담한 목소리가 마음위로 별처럼 떨어져 내렸다. 정말로 정수환은 어떤 길이든 자신의 손을 잡고 지지해줄 것만 같아서, 저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서 가까스로 잠재워놓았던 울컥거림이 터져 나왔다. 아직은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추운 3월 끝의 밤, 지현은 밤하늘에 기대 소리 내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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