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당신없는 일주일

Eun.J 2013. 3. 14. 00:00

1

"울고 싶으면 참지 않아도 된다."

"알아요."

"웃어도 괘찮고. 이런 떄 정답인 감정은 없으니까."

"알았어요."

 

2

때로는 지금 이 삶 자체도 꿈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디엔가 좀 더 완전하고 행복하고 뱃살도 없는 내가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아내와 막 사랑을 나눠 헝클어진 시트에 함께 몸을 감고 잠들어 있고, 아이들의 나지막한 코 고는 소리가 희미한 조명이 켜진 복도를 채우는 진짜 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내 삶이라는 악몽을 꾸고 있는 다른 세계의 나는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일것이다. 그가 잠에서 깬 후 느낄 안도감이 내게도 생생히 느껴진다.

 

3

이제 막 아버지를 잃은 나는 곧 아빠가 될 것이다. 혹자는 여기에서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신성한 균형 같은 의미를 읽으려 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는 어려움에 처할 때 신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처럼 우연으로 돌리기엔 너무 잔인할 정도로 잘 짜인 아이러니 앞에서 나는 신의 숨결을 느낀다.

 

4

"나만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야?"

"문제는 풀 수 있는 게 문제지. 해답이 없다면 그건 문제가 아니야. 그러니까 이걸 문제로 보지 말자고."

 

5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아주 오랫동안 너한테 화가 나 있었어. 우리 둘 다에게 아무런 득이 될 것도 없는데..... 다시 돌릴 수도 없는 시간을 화를 내면서 너무 낭비한 거지. 요새 너를 보니까 네 결혼에 벌어진 일 때문에 너무 화가 나 있는 것 같아. 요점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누가 옳고 그른지보다는, 화가 나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악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거야. 흡연처럼 말이야. 자신도 모르게 중독이 되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고마워."

"내 행동은 따라 하지 말고 내 말만 참고로 해."

 

 


당신 없는 일주일

저자
조너선 트로퍼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2-03-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눈물겨운 일주일!인생 최대의 위기...
가격비교

 

 

1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당연히 당연히 슬픔일 거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렇지 않기도 하더라. 죽음 앞에서도 사람은 이기적일수있고, 수많은 생각을 할수 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 "죽음앞에서 치통은 얼마나 하찮은가. 그러나 타인의 죽음이 나의 치통을 넘어설 수는 없는 법이다."

 

2

가끔 저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어쩌면 꿈일수도 있다고, 아주 갓난 아이인 어느 이불에 누워있는 내가 마치 예지몽인양 지금의 인생을 꿈으로서 보고 있는걸수도 있다고. 주로 그런 생각은 현재 내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을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