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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쿨하게 한걸음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공부에, 또 어느 시기에는 사랑과 일에 몰두해야 한다. 또 어느 시기에는 고민을 해야 하고 어느 떄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런데 스물다섯살일 때도 서른살일 때도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늘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시작하기에 적당한 때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과연 어느 시기일까. 무언가를 시작해도 될까. 굳이 보편적인 삶의 행보를 따라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삶을 완전히 엎어버리는 혁명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다. 어쩌면 명희가 걱정하는 것처럼 괜한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우리의 괜한 짓은 과연 앞으로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누군들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나. 그래도 뭔가 잘못된 채로 사는 것보다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을 듯해서 기껏 저지른 일들이다. 물론 예전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다만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애쓸 뿐이다. 언제나 돌다리만 두드려보면서 살 수는 없지 않나.

 

죽음 앞에 치통은 얼마나 하찮은가. 그런데도 타인의 죽음은 개인의 치통을 뛰어넘지 못하는 법이다. 이제 그걸 순순히 인정하는 나이가 되었다.

 

비로소 술에 취한 사람들에게 울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산 사람을 위한, 산 사람에게만 허락된 시간이었다. 울고 나면 또 그런 채로 살아갈 힘이 생길 것이다.

 

누구에게나 잠시 멈춰서는 순간이 온다. 넘어지든, 숨이 차서 주저앉든, 한번쯤은 멈춰서 자신을 앞질러가는 사람의 뒷모습도 보고 뒤따라오는 사람의 얼굴과 주변풍경도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그건 절대로 퇴보가 아니다. 충분한 휴식과 충전 후에 우리 모두는 일보 전진하면 된다.


쿨하게 한걸음

저자
서유미 지음
출판사
창비 | 2008-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내 나이 서른셋. 애인과도 헤어지고, 직장도 그만뒀다! 창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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